[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뮤지컬 <모래시계>가 5년 만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SBS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해방 및 6.25 이후 최대의 격동기였던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현대사를 배경으로 개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신정권 철폐 학생 운동,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슬롯머신 비리 사건, 삼청 교육대 등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아 현대사를 굵직하게 그려냈다.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모래시계>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동연 연출, 박해림 작가, 박정아 작곡/음악감독, 배우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 등이 참석했다.
김동연 연출은 “한국 사회 전반을 다룬 드라마 <모래시계>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훌륭했다”라며 “뮤지컬로 만들면서 가장 집중했던 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뮤지컬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은 합쳐지거나 배제됐고, 어떤 인물들은 더 드러나게 됐다. 여러 사건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가사와 장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편집했다”라고 설명했다.
약 3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번 시즌은, 원작에서 가져온 기본 스토리 라인과 설정을 제외한 대본, 음악, 무대 등이 거의 다 바뀌었다. 태수, 혜린, 우석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함과 동시에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혜린을 지켜주는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재희’ 캐릭터를 없애고, 이들의 다음 기록자가 될 ‘영진’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하였다.
박해림 작가는 “반복되는 역사 속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에, 시대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의 나침반이 되는 역할을 부각했다. 또 이정재가 연기했던 재희 캐릭터를 과감하게 삭제하면서 주연 3인의 관계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세 사람의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세 사람이 가진 고민과 방황, 그리고 우정을 넘버에 함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대치되는 상황 속에서 음악적으로 각각의 집단의 입장이 모두 설명될 수 있도록 테마를 구성했다. 또한 현악기와 관악기의 비중을 높여 15인조 오케스트라 중 8명을 스트링으로 구성해 드라마의 서정적인 느낌을 살리고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작곡을 맡은 박정아 음악감독은 “원작이 가진 이야기와 시대 배경 특성 때문에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며 “초연 <모래시계>를 이미 관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재연을 통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하며 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저는 완전히 초연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모래시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러시아 가수가 부른 ‘백학’이지만, 뮤지컬 작품 안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이 일체 사용되지 않는다.
박 음악감독은 “뮤지컬화 하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익숙한 음악을 어떻게 사용할지 굉장히 고민했다”라며 “뮤지컬의 어법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기존에 (드라마에) 등장했던 음악은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배우들은 <모래시계>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라 입을 모았다. 실제로 드라마를 봤던 세대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드라마의 장면과 대사는 꾸준히 회자 되고 있다. 여전히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작품의 메시지도 시대를 관통한다.
혜린 역을 맡은 박혜나는 “제가 작품 속 인물이었다면, 가진 것들을 부정하면서 정의를 위해 용기를 내서 싸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로서 좋은 점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라며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과 그 시대를 겪은 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과거의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저와 다른 시대 속에서 참 열심히 살아간 여성들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쁘다. 그래서 <모래시계>를 너무 잘 해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역을 맡은 유리아는 “혜린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큰 사건, 큰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모두가 그 상황에서 앞장서서 영웅이 되길 자처하진 않는다. 혜린이라는 역할이 영웅이 아닌 이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바로잡을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역사 속에서 바르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저 역시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역할을 하면서 개개인의 삶에서 공통된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재웅은 지난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검사 우석 역을 맡았다. 주·조연 배우 중 유일하게 <모래시계>로 돌아온 초연 배우다. 최재웅은 “저도 초연 배우가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다 보니 참여하게 됐다”라며 “개인적으로 창작 뮤지컬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해온 공연을 쭉 보더라도 창작을 많이 했고, 제게 선택권이 있다면 창작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다. <모래시계> 역시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재연을 통해 마무리를 잘 지어보려고 출연을 선택했다”라며 “초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극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원작이 같기 때문에, 원작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방법이 바뀐 거지 큰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몇 만 편, 몇 십 만 편의 <햄릿>이 있듯, 이제 두 번째로 표현되는 <모래시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모래시계'는 지난 26일 개막해 오는 8월 14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