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부활ㆍ작곡가프로젝트 신설
신작 23편, 레퍼토리 8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6편 등 총 61편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마당놀이,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무용 <향연> 등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인기 레퍼토리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18일 오전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다음 달 28일부터 내년 6월 29일까지 306일간 이어지는 이번 시즌에는 신작 23편, 레퍼토리 8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6편 등 총 6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적 창작 작품’과 관객이 그리워하는 작품을 재정비 후 다시 선보이는 ‘앙코르 공연’, 이 두 축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는 국립극장의 두 가지 정체성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 국립극장에 부임했을 당시 해오름극장 전체 공연 횟수는 110회였는데, 올해는 이를 150~170회로 늘렸고 극장장 3년차인 내년에는 200회차까지 늘리려고 한다. 하늘극장의 경우 극장 가동률이 기존 60%에서 100%에 가깝게 늘어났다”라며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기획공연을 늘린 게 이번 시즌의 차별점이다. 내년부터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대관을 배제하고 극장 자체 기획과 공동 주최를 늘려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드리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보고 싶은 과거 인기 레퍼토리의 귀환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국립극장 대표 레퍼토리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국립창극단은 스테디셀러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24년 9월 5~15일)를 5년 만에 공연한다. 연출가 고선웅과 작창가 한승석이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 타령’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흥행작 <향연>(‘24년 12월 19~25일)도 6년 만에 돌아온다. 한국무용계의 거장 조흥동과 연출가 정구호가 궁중무용‧종교무용‧민속춤 등 11개의 전통춤을 사계절 안에 담아낸 작품으로, 2015년 초연부터 ‘한국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 컬렉션>(‘25년 3월 12일)은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악단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기별 주요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악단의 2대 단장 한상일과 상임지휘자를 지낸 김재영이 지휘자로 나서며, 5대 예술감독 원일이 축하의 위촉 신작도 선보인다. 국립극장 연말 인기 공연 마당놀이도 5년 만에 부활한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그간 공연한 레퍼토리 4편을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24년 11월 29일~‘25년 1월 30일)을 무대에 올린다. 마당놀이 원조 제작진인 연출가 손진책, 작곡가 박범훈,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하고 전설의 마당놀이 스타 3인방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이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다양한 소재, 독창적 형식의 신작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가 새로이 선보이는 신작들도 공개됐다. 국립창극단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신작 <이날치傳>(‘24년 11월 14~21일)에서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인 명창 이날치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8대 명창 중 한 명으로 기록된 이경숙(1820~1892)의 별명이다. 날쌔게 줄을 잘탄다고 하여 ‘날치’라고 붙여졌다. ‘창작하는 타루’ 대표 정종임이 연출을, 다수의 방송과 앨범‧다큐멘터리‧에세이 등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을 보여준 윤석미가 극본을 맡았다. 흥 넘치는 우리 소리와 다채로운 전통연희가 어우러져 이날치의 인생을 신명 나는 놀이판으로 풀어낸다.
신작 <수양首陽(가제)>(‘25년 3월 13~20일)에서는 수많은 신하를 죽인 ‘피의 군주’이자, 세종의 위업을 계승한 ‘치적군주’로 알려진 수양대군의 이야기로 강렬한 무대를 보여준다.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정이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하고, 우리말의 말맛을 살리는 데 탁월한 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귀토><리어>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을 맡는다. 두 신작 모두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무용단은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창작으로 한국춤의 외연을 확장한다. 신작 <행 +->(‘24년 8월 29일~9월 1일)에서는 한국적 정서의 움직임으로 무용계를 선도해온 안애순 안무가의 시선으로 오랜 시간 전통춤을 익혀온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재해석한다. 2025년에는 연극 연출가 양정웅과 <파라다이스(가제)>(‘25년 4월 3~6일)를, 현대무용가 예효승과 <파이브 바이브(가제)>(‘25년 6월 25~29일)를 선보인다. 두 작품은 각각 여성‧남성 무용수만으로 구성돼 전혀 다른 색깔의 한국춤을 만날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24년 11월 29~30일)에서 게임 세계관을 무대로 가져온다. 게임 영상을 상영하며 BGM을 연주하는 대다수 게임음악 콘서트 형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에 등장하는 필드별 음악을 각기 다른 개성의 작곡가 5명이 만들고, 작곡 대전을 벌이는 신선한 형식이다. <스위치(가제)>(‘25년 6월 21일)는 서양 관현악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반대는 드물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연으로, KBS교향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25년 창단 3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악단의 미래를 위한 음악적 창작 동력 강화 및 협업 네트워크의 확장에 힘쓴다.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 상주 작곡가 제도를 부활시키고, 작곡가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해 젊은 작곡가들의 성장을 돕는다. 또한, 한국 창작 음악을 대표하는 아르코(ARKO) 창작음악제와의 협업으로 국악관현악곡 창작과 연주 활성화를 꾀한다. 채치성 예술감독은 “지난 2년간 지휘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꽤 많은 지휘자가 배출됐으며 성과도 좋았다. 신진 지휘자들은 여러 단체들의 지휘자로 데뷔를 했고, 이번 국립극장 레퍼토리에 참여하는 분들도 계시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기에, 텀을 두고 가보려 한다”라며 “올해는 작곡가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이게 됐다.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살리는 곡과 미래지향적인 현대적 시선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무장애 공연으로 ‘함께’를 외치다
장벽 없는 극장을 위한 무대도 이어간다. 동명의 영국 청소년 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몬스터 콜스>(‘24년 12월 5~8일), 중증 장애를 지닌 일본인 작가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헌치백>(‘25년 6월 12~15일)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한다. <헌치백>은 중증 장애를 지닌 일본인 작가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파격적인 서사와 시사성 넘치는 풍자적 표현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이다. 스스로를 ‘꼽추 괴물’이라 부르는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임신과 중절을 도와주는 대가로 1억 엔을 제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백상연극상‧동아연극상 등을 휩쓸며 주목받은 신유청이 연출을 맡아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낸다.
세계 공연예술계의 흐름을 짚다
해외초청작으로는 안젤리카 리델의 연극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25년 5월 2~4일)가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의 이야기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리베스토드(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외에도 국립극단‧국립오페라단‧서울예술단 등 7개 예술단체와 2개 공연예술축제가 함께해 연극·클래식·오페라까지 즐길 수 있다.
젊은 예술가와 만들어가는 내일의 전통
아울러, 2024-2025 시즌, 국립극장은 ‘젊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강조한다. 일찍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20~40대 예술가를 적극 기용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창작자를 발굴‧양성하기 위한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사업도 이어간다. 또한, 50명의 청년 교육단원이 3개 전속단체 신작에 참여해 역량을 키워간다.
2024-2025 시즌 티켓은 두 차례에 나눠 판매한다. 2024년 하반기 패키지 티켓과 개별 공연 티켓은 각각 7월 19일과 23일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패키지 티켓은 최대 40퍼센트, 조기 예매는 30퍼센트 할인을 제공한다. 2025년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 일정은 11월 중 별도 공지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