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고고학' 기반으로 한 작품 250여 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시간성, 역사성, 공간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가, 다니엘 아샴의 전시가 열린다. 롯데뮤지엄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개인전 《서울 3024(Seoul 3024)》을 오는 10월 13일까지 개최한다.
다니엘 아샴은 조각, 회화, 건축,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작업하는 시각 예술가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문명과 유적 발굴을 재해석한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개념에 기반한 작품 250여 점이 출품된다.
다니엘 아샴이 창조한 세계 ‘상상의 고고학’은 오늘날 일상의 물건들이 미래에 유물로 발굴된 형태로 제시하며, 자신이 어느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지 모호하게 만든다. 서울의 천 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SF 장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 당신이 도착하는 매순간이 미래다. 당신은 이미 그곳에 도착했다.”
“Each moment in which you arrive is the future. You’ve already arrived at it.”-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어린 시절 마이애미에서 겪은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도시는 작가에게 인간의 무력함, 자연의 압도감, 문명의 덧없음을 느끼게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초기작에는 자연과 인공,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형태의 조각과 회화가 자주 등장한다.
2010년 다니엘 아샴은 남태평양 이스터 섬(Easter Island)을 방문해 유물 발굴 현장을 목격하고, 진실과 허구로 구성된 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이때 작가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현시점의 역사를 추적하는 고고학자에게 영감을 받아 ‘상상의 고고학’이라는 개념을 착안했다.
총 아홉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계관 속 공존하는 여러 시대와 시간, 문화, 장르를 혼용하는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재해석한 고대 조각상 <밀로의 비너스(Venus of Milo>부터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문화 아이콘 포켓몬, <미래 유물(Future Relic)> 오브제 시리즈,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 특정형 작품 <발굴현장(Excavation Site)>을 통해 다니엘 아샴의 20여년간 점철된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더불어 작가의 건축적 작품을 비롯한 초기작들과 제작한 영화, 세계적 브랜드와 가구, 패션, 건축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각예술 영역의 확장을 보여준다.
특히 천년 후 서울을 주제로 한 대형 회화2점이 최초 공개된다. 서울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Athena Helmeted Found in Bukhansan)>과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Rome Deified Found in Bukhansan 3024)>이 출품됐다.
대형 회화와 함께 다니엘 아샴의 대표작 <발굴 현장(Excavation Site)>이 펼쳐진다. 3024년 폐허가 된 서울의 발굴 현장에서 핸드폰, 신발, 카메라와 같은 현대의 물건이 오래된 유물처럼 발굴된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허구와 현실이 뒤엉킨 이질적인 공간에서 관람객은 다양한 시간성을 상상할 수 있다”라며,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한 세계에서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