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건축’보다 개인적인 ‘집’으로 초대…MMCA 과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현장스케치] ‘건축’보다 개인적인 ‘집’으로 초대…MMCA 과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7.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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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2.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승효상, 조민석 등 30명(팀) 건축가…58개 주택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현대사회에서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진 만큼, 주택의 형태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딱딱한 개념으로서 ‘건축’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집,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공간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전을 오늘(19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어제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정다영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함께 전시를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정다영 학예사가 승효상, 조민석 건축가가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잘 알려진 대전대학교 기숙사를 소개하고 있다.
▲정다영 학예사가 승효상, 조민석 건축가가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잘 알려진 대전대학교 기숙사를 소개하고 있다.

58개의 ‘집’ 넘나들기

전시는 '건축'뿐만이 아니라 동식물과 함께하는 집, 고양이를 위한 집 등 동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주거 트렌드와 삶의 방식을 함께 소개한다. 

일례로 박지현과 조성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묘각형 주택>은 ‘망고’와 ‘탱고’라는 두 마리 고양이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다양한 기획안을 만들어 두고 고양이들이 직접 선택하게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전시는 ‘열린 공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전시장을 막혀 있는 방의 형태가 아닌, 자유롭게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라며, “전시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30명(팀) 건축가의 58채 단독․공동주택을 소개한다.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요 주제로 2000년 이후 도시 속 다양한 주거 방식과 미학적 삶의 형식을 발굴하고 조명하고자 한다. 

▲박지현과 조성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묘각형 주택'. ‘망고’와 ‘탱고’라는 두 마리 고양이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박지현과 조성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묘각형 주택'. ‘망고’와 ‘탱고’라는 두 마리 고양이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는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그리고 비유에스,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들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삶의 능동적 태도가 만든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하고자 한다.

전시는 건축가와 거주자의 작품과 자료로 구성된 관람 중심의 2전시실과 이를 워크숍, 영화, 강연 등으로 확장하는 참여형 공간의 1전시실로 구성했다. 

주제는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 등 총 6개로, 거주자의 에세이 등 건축에 개입된 개인적인 서사에 주목하며 58채의 집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블에스 프로젝트'로 설계된 주택 거주자가 기획 단계에서 쓴 에세이가 전시되어 있다.
▲'더블에스 프로젝트'로 설계된 주택 거주자가 기획 단계에서 쓴 에세이가 전시되어 있다.

58채의 집, 58개의 이야기

‘선언하는 집’은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이다.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건축 요소들이 일상 활동에 집중하기보다 심미적인 측면에 맞춘 특징을 드러낸다. <수백당>(승효상, 1999-2000), <땅집>(조병수, 2009), <축대가 있는 집>(최욱, 2006-2022), <베이스캠프 마운틴>(김광수, 2004) 등을 살펴본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은 가족의 규범이었던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반려 개념을 재구성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홍은동 남녀하우스>(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2018), <고개집>(양수인, 2016), <정릉주택 & 지하서재>(조남호, 2018), <맹그로브 숭인>(조성익, 2020) 등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요즘 사람이 아닌 동·식물과 함께 사는 집, 3대가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관계 맺는 집’은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로 더불어 살아가는 집짓기 실천에 주목한다. <대구 앞산주택>(김대균, 2008), <써드플레이스 홍은 1-8>(박창현, 2020-2024), <이우집>(박지현+조성학, 2023)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들여다본다. 

▲'아홉칸집' 설계 모형
▲'아홉칸집' 설계 모형

‘펼쳐진 집’은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농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집짓기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되었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목천의 세 집>(이해든+최재필, 2018), <와촌리 창고 주택>(정현아, 2012), <볼트 하우스>(이소정+곽상준, 2017), <아홉칸집>(나은중+유소래, 2017) 등이 소개된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이다.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니라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올린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픽셀 하우스>(조민석, 2003), <얇디얇은 집>(안기현+신민재, 2018), <쓸모의 발견>(박지현+조성학, 2018), <Y 하우스 리노베이션-만휴당>(서승모, 2019) 등이다. 

‘잠시 머무는 집’은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여인숙>(임태병, 2020), <뜬 니은자 집>(조재원, 2010), <고산집>(이창규+강정윤, 2017) 등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잠시 머무는 숙박 시설 및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공간 소비 장소로 떠오른 ‘스테이’와 주말 주택을 소개한다. 

▲전시의 말미에는 '나의 집'을 직접 구상하고 스케치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전시의 말미에는 '나의 집'을 직접 구상하고 스케치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다가가는 건축

전시와 함께 워크숍, 영화 상영, 강연 등의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워크숍 ‘건축학교’는 상설 워크숍과 어린이 건축학교로 구성된다. 상설 워크숍은 전시 출품작인 <아홉칸집>, <베이스캠프 마운틴>, <얇디얇은 집>의 건축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축소 재현된 집의 내부를 탐색하고 수직 동선을 단면도에 표시하는 등 건축의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건축학교는 강사와 함께하는 초등학교 3-6학년 대상 특별 프로그램으로 9월까지 진행된다. 이외에도 전시실 중앙에 마련된 가변 극장에서 6개의 주제로 구성된 단편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주말극장’이 운영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전시”라며,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