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91] 가을 장터의 향연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91] 가을 장터의 향연
  • 정영신
  • 승인 2024.11.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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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91

 

 

2013 경기화성 조암장 ⓒ정영신
2013 경기화성 조암장 ⓒ정영신

 

인류학자 C.크럭혼은 ‘인간은 문화를 몸에 달고 다니는 존재’라고 했다. 
가을이면 온 장(場)안이 색으로 말하며, 
그 지역만의 고유한 맛과 멋이 어우러져 오일마다 삶의 축제가 펼쳐진다. 
특히 가을에 열리는 장터는 
각종 농산물의 표정이 살아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말을 걸게 한다.. 

 

2022 천안 성환장 ⓒ정영신
2022 천안 성환장 ⓒ정영신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 밭에서 채취해 온 콩에게 말을 걸고, 
나무에서 따온 감과 밤, 
은행에게 말을 걸면 그들의 소리가 가지각색으로 대답한다. 
우리어매, 할매들은 무심하게 입으로 들어가는 
콩 한 톨을 얻기 위해 허리를 몇 번이나 구부러지며, 
손이 몇 번 가는지 잘 알고, 
어떤 놈이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지, 
호미로 혼낸 놈이 놀라 움츠리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다. 
당신 몸뚱이가 땅이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으로 물오르게 한다. 

 

2022 천안 성환장 ⓒ정영신
2022 천안 성환장 ⓒ정영신

 

그래서 우리네 엄니, 할매의 시간이 피워내는 
삶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2014 충남 금산장 ⓒ정영신
2014 충남 금산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