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기업 메세나의 확산 기반 조성 방안’을 주제로 한국메세나협회(회장 윤영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업·예술계 관계자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확대를 위한 세제혜택 도입 및 법제도 개선 등 심도깊은 제언과 토론이 진행됐다.
앞선 올해 7월, 한국메세나협회는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을 약 2,088억 원으로 발표하며 “장기화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10년간의 추이를 보면 사실상 ‘정체기’에 진입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정책 및 제도적 관점에서 국내 메세나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국메세나협회를 비롯한 7개의 메세나단체와 한미회계법인의 공동 주관으로 이번 세미나가 마련됐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부회장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목적이 ‘사회공헌’보다 ‘마케팅’ 또는 ‘기업문화 진작’ 차원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로 인한 직·간접적 지원이 문화예술계에 유입되어 국민 삶의 질 향상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메세나 확산을 위해선 ‘기업 기부금에 대한 강력한 세제혜택’ 만큼 획기적인 것이 없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기업 문화재단 설립 및 재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공익법인 관련법 개선, 후원우수기관·단체 인증 확대 장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며 메세나 확산을 촉진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상당함을 피력했다.
뒤이어 김재중 한미회계법인 연구원은 ‘메세나 제도 개선: 문화기업업무추진비 개선부터’라는 제목으로 200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실무자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문화기업업무추진비는 기업의 건전한 접대문화를 조성하고 문화소비를 활성화하고자 도입한 정책이다. 김 연구원은 “문화기업업무추진비를 기업업무추진비와 분리 신고하도록 유도해 그 자체를 전액 손금산입하는 방식으로 현행 제도를 개선한다면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이 같은 제도 개선 시 2029년까지 5년간 추정되는 세수감소액에 비해 실제 지출되는 기업의 문화기업업무추진비는 현재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어 직접적인 메세나 활동과 또 다른 차원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 앞서 주요 기업 관계자 심층 인터뷰를 진행, 메세나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청취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 교수는 기업과 문화예술계 모두 ESG 경영, 지역 소멸 등의 사회·환경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업은 더욱 정교하고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사업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길 원한다.”라며 정부와 지자체, 후원매개단체(메세나단체)의 정보·네트워킹 플랫폼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예술계는 후원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서 기업의 경영전략에 부합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지정토론의 장도 뜨거웠다. 박찬종 두산아트센터 예술사업2팀 팀장, 이나영 넷마블문화재단 사무국장, 이해찬 현대백화점 문화콘텐츠팀 수석, 김용섭 신한은행 상생금융부 수석, 이제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정책·후원센터장 등이 참여해 기업의 최신 CSR 전략, 기업과 예술의 협력 가능성, 메세나의 지속을 위한 정부·지자체 및 예술계에 바라는 점 등을 논의했다.